항안기 드론안전본부장 강창봉님 인터뷰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0&t_num=13609103
[Interview]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드론안전본부장 “시작 늦었지만 韓 기술력 높아…대중기 시
[Interview]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드론안전본부장 “시작 늦었지만 韓 기술력 높아…대중기 시너지 내야”
economychosun.com
한국의 드론법이 다른 국가 드론법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규제 특례 운영, 연구개발 지원, 해외 진출 지원 등 드론 산업 전 단계에 걸친 육성에 초점을 맟췄다. 이런 육성법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국가는 산업계의 기술 개발 수준에 맞춰 사후에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가 사전에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
대전은 전 지역이 비행금지 구역인데 실증도시가 됐다.
“드론 실증도시 사업은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다. 대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있어 전 지역이 비행금지 구역이다. 이 때문에 대전을 실증도시로 선정한 것은 아니다. 모순적이게도 대전은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드론 업체를 유치했다. 드론 기술을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카이스트도 있다. 대전은 드론 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았는데도 비행금지 구역으로 막혀있던 상황이었다. 대전이 실증도시로 선정된 뒤 매우 반가워했다. 선정 이후 따져보니 대전이 규제 샌드박스 사업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더라. 지금은 준비 단계인데, 이르면 6월 말부터 대전에서도 드론 비행 테스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 드론 정책을 설명해달라.
“오는 11월 선정하는 특별자유화구역에서는 비행 승인 및 각종 인허가가 면제된다. 현재 실증도시에서는 사전에 작성된 사업계획서에 언급된 드론에 대해서만 항공안전기술원이 안전 검사 등을 통해 비행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특별자유화구역에서는 지자체가 판단하면 된다. 드론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면 앞으로 엄청난 수의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다. 그런데 질서 체계가 없으면 충돌이나 추락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드론 교통관리체계(UTM), 즉 ‘도심 하늘길’을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다. 드론 택시 등이 도심을 비행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드론 UTM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는 미국을 필두로 유럽과 일본 정도여서 우리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최종적으로 드론 UTM과 항공교통관리체계(ATM)를 통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재 드론은 150m 이하 저고도에서만 날 수 있는데, 도심으로 들어가면 고층 빌딩 위로 날아야 하기 때문에 300~600m에서 비행해야 한다. 이는 ATM과 중첩되는 영역이다.”
중국 DJI는 가장 성공한 드론 기업으로 꼽힌다.
“DJI는 중국 기업이지만 사업 초기부터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생각에서였다. DJI는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친다. 이는 곧 경쟁력이 되는데, 고객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JI는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을 내놓는데 개량품이 아닌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신제품을 내놓는다. 피드백 효과다. 한국 기업은 자금력이 부족하겠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했으면 한다. 당장 눈앞의 수익에 집중하다 보면 전 세계 시장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면 한국의 성공한 드론 기업으로 ‘니어스랩’이 있다. 니어스랩은 풍력 발전 안전 점검 드론 분야에 집중해 미국과 유럽에 진출했고 일본도 겨냥하고 있다. 성공한 한국 드론 기업으로 군집비행 드론 기업 유비파이도 꼽을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드론쇼에 인텔이 참여하면서 ‘왜 한국 기업이 안 하느냐’고 말이 많았다. 당시 정부가 시장성을 보고 ‘유비파이’를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했고 현재 유비파이는 인텔 제품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해외에서 받고 있다.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성공하면 수출로 이어진다. DJI가 장악한 취미·레저용 드론 시장도 시작이 늦었을 뿐이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토로하는 고충은 무엇인가.
“현재 드론 기업이 힘들다고 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드론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2015년과 비교해 2019년 말 기준 드론 기업 수가 6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대부분의 드론 기업 업력이 3~4년밖에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과 집중투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대부분의 기업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워낙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이다 보니 많은 기업이 들어온다. 전체 파이는 커지지만 개별 기업에 돌아가는 몫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 세계 시장으로 치고 나가는 기업도 드물다. 최근 두산을 비롯해 대기업이 드론 산업에 들어오기 시작한 점은 유의미하다. 두산은 드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만든다.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하면 드론 비행 시간이 현재 20~30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난다. 대기업은 경쟁력이 입증된 핵심 기술을 갖고 시장에 들어온다. 대기업의 유입으로 중소기업과 협력이 이뤄지면 한국 드론 산업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육성 정책의 한계점이 드러난 시점에서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드론 산업을 전망하자면.
“한국 정부는 올해 2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린 ‘아프리카 드론 포럼’에 한국 기업 10곳과 민관 합동 대표단을 꾸려 참여했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정부 주도로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하기 때문에 현지의 진정성이나 신뢰성이 다르다. 그래서 르완다에서 3400만달러(약 412억원)의 수출 상담 실적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해외에서 한국 드론 경쟁력을 잘 모르지만 알고 나면 확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정부 주도하에 조직적으로 해외 시장에 접근한다면 한국 드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올해 4개국을 더 방문할 계획이었다. 아프리카, 남미, 동유럽, 인도 등 한국보다 드론 산업 인프라가 열악한 곳이 주요 대상 국가다.”